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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공지사항 및 활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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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노숙 농성 30일차,

 

무기한 삭발농성 8일차 현장 보고 

 

뜨거운 해에 닿으면 온 피부가 따갑습니다.

 

옷으로 가려도 열기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우리 투쟁의 열기도 그와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도 농성장에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습니다.  

 

경기지부, 서울시의회 문형주 김혜련 시의원, 김혜미 장옥준 구의원, 전현일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종옥 어머니의 편지로 어제의 농성장 소식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와 나는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맺어졌을까.

 

너와 나는 어떤 인연이기에 우리가 서로의 생명을 붙잡고 있는 걸까.

 

너와 나는 어떤 인연이기에 네 이름을 불러보는 캄캄한 새벽마다 가슴이 아리는 걸까.

 

 아무리 마음이 달려가도 닿을 수 없는 사이란 것도 있고,

 

닿기는 닿아도 마음을 나눌 수 없는 사이도 있더구나.

 

살다보니 그렇더구나.

 

그러나 어느 때 어느 곳에서는, 어느 낯선 시공간에 가서는, 너와 나, 마음이 닿아서 어루만지며 얘기하고 있는 걸 안다.

 

그 곳에서는 네가 나와 마주하고 앉아, 위로하듯 내 눈을 깊이 바라봐 주면서,

 

밥을 먹여주고 옷을 입혀주고 머리를 빗겨주고 너의 말을 들어줘서 고맙다고,

 

같이 살아줘서 좋다고, 같이 숨쉬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내가 너의 엄마라서, 네가 나의 아들이어서 참 좋다고,  그렇게 얘기해 주는 세상이 있을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처음 네가 진단을 받고서 처음엔, 아픈 것도 아니고 억울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데 그저

          눈물이 났다.

 

너처럼 잘 생긴 아이가, 너처럼 총명한 눈빛을 가진 아이가, 이 세상과 안 맞는다니 너의 삶이 너무나 아깝고 또 아까워서 눈물이 났다.

 

그러다 문득 결심했다.

 

내가 너로 말미암아 우는 건 이게 끝이다. 이틀만 울고, 다시는 너로 말미암아 눈물 흘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너는 언제나 기쁨이다. 너의 모든 순간이 나의 기쁨이니, 내가 눈물 흘릴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내 아이야, 너도 울지 말아라. 슬퍼 눈물 흘리지 말고 살아라.

 

훌쩍 커버렸지만 여전히 내 볼에 네 볼을 부비고, 가끔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주니,

 

너의 사랑스런 머리카락 쓰다듬을 수 있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 어미냐.

 

네가 네 방에서 곤히 잠들어 있으니 나는 얼마나 흐뭇하냐. 아침에 너를 깨울 때 나의 일상은 얼마나 평화롭게 시작하냐.

 

그러니 나는 너로 말미암아 얼마나 행복한 어미냐.

 

언젠가 나는 예전에 네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너의 단단한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늙어가고 싶다.

 

그 때가 되면, 너와 나의 인연이 맺어지고 나서부터 그때까지 네가 내 아들이었기에,

 

내가 너의 어미였기에 우리의 일생이 참 행복했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안심하고 잠이 들고 싶다.

 

이 행복한 어미가 오늘 머리를 깎는다. 시청 앞 따가운 햇볕 아래서 머리를 깎는다.

 

여기 이러고 앉으니, 네가 열 살이 되었던 어떤 날이 생각나는구나. 

 

눈부시게 성장한 너를 앉혀두고 나는 너에게 더듬더듬 네가 가진 장애를 설명하였다. 너는 못들은 것처럼 덤덤하였다.

 

그 다음해, 너는 또 눈부시게 성장하였다. 나는 다시 너에게 네가 가진 장애를 설명했고, 너는 여전히 못들은 것처럼 덤덤하였다.

 

그러나 그날 저녁에 창밖을 보며 오래 앉아있던 너의 얼굴을 보았을 때, 너는 소리없이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 눈물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다만 너의 머리를 끌어안으며, 울 일 아니라고, 슬픈 일 아니라고, 아무 것도 아니라고, 울지 말라고 울면서 말해주었던 게 생각난다.

 

사랑하는 아들아,

 

지금 나의 삭발도 그렇다. 슬픈 일 아니고, 울 일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니다.

 

너 때문에 속상해서도 아니고, 너를 위해 누구에게 구걸하려고도 아니고, 너 때문에 누구와 처참하게 싸우려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위로요, 기억이고,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세상에 해를 끼칠 줄 모르는 선량한 너희들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뜨거웠던 5월을 같이 보낸 벗이며 동지에게 바치는 굳은 마음의 표시이다. 그러니 부디 미안해하지 말아라.

 

아직은 이 염치없는 세상에 너희를 들이밀 수 없어서, 엄마들은 삭발을 하고 소리치고 바닥에서 잠든다.

 

우리의 마음이 닿는 곳이 있기를, 우리의 소리가 닿는 곳이 있기를 소망한다.

 

언젠가 어미 없는 세상에서 네가 망연히 서있지 않기를, 온세상에서 어미를 찾아헤매지 않기를,

 

그러다 지치고 아프지 않기를, 어미들은 오직 그것만을 바라서 지금 여기에서 소리치는 것이다. 너를 위해서, 사랑하는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하는 세상에서 너를 만나서 미안하다.

 

너의 세상이 이렇게 형편없어서, 너에게 너의 세상이 이렇게 염치없고 천해서,

 

너를 위한 어미의 일이 이렇게 비루해서 나는 정말로 미안하다,

 

사랑하는 아들아,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하는 딸아, 미안하다. 

 

                         201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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